교원 성과급 차등 지급은 교육의 질을 높이고 있는가?

2023년 코로나가 끝나가는 시점. 교직원 회의. 주제는 성과급 평가 기준 변경.

 

"그동안 코로나로 인해 고생하시는 보건 선생님에게 담임 선생님 수준의 가산점을 부여했습니다. 이제 코로나 시기가 끝나서 다시 논의해보려고 합니다. 코로나가 끝났으니 가산점을 주지 말자는 의견이 나왔습니다. 다수결로 정할까요?"

 

선생님들이 성과급 S, A, B 평가 기준을 정하려고 모였다. 일반교사는 30명, 보건교사는 1명. 민주주의 의사결정 방식인 다수결로 가산점을 줄지 말지 결정한다. 실제 보건선생님의 의견이나 업무에 대해 들어볼 기회는 없었다. 

 

"아침지도 1회 당 0.3 점, 점심지도 1회 당 0.2점으로 하는 건 어떨까요?"

 

학생들의 안전을 위해 아침이나 점심에 지도하는 것도 성과급 평가 기준에 포함된다. 하지만 안전지도 점수를 다 채우면? 안전 지도를 거의 하지 않는다.

누구를 위한 지도인가?

성과급 차등 지급을 위한 다면 평가 기준

 

수업시수, 수업공개 횟수, 부장을 하는지, 담임을 하는지에 따라서도 점수가 달라진다. 정해진 기준을 달성하기 위해 노력하는 사람은 열심히 하는 교사가 된다. S급 교사가 되는 것이다. 반면 각각의 점수를 채우지 않으면 열심히 일하지 않는 교사. B급 교사가 된다. 

 

교사의 성과 상여금 액수를 살펴보자. 보통 S는 480만원, A는 400만 원, B는 350만 원 정도 된다. (학교마다, 연도마다 조금씩 다를 수 있다.) S와 B의 차이는 130만 원. 1개월에 11만 원. 하루에 4000원이 안된다. 

2023.03.23 - [학교 이야기] - 2023년 교원 성과급 지급 금액 및 시기

2023년 교원 성과급 지급 금액 및 시기

 

하루에 4000원을 더 받기 위해 자기에게 유리한 평가 기준을 만들며, 공평하지 않다고 다투며 마음상하는 교사들의 모습. 다수결방식으로 일사분란하게 기준을 정리해 버리는데. 나는 차마 손을 들 수 없었다.

용기가 없는 것일까?

 

성과급 차등지급이라는 잘못된 구조속에서 우리끼리 화살을 쏘고 있는 것은 아닐까? 눈에 보이는 숫자와 행동으로 서로를 평가하며 S급 교사와 B급 교사를 구분하는 것이 교육의 최전선에 있는 사람들을 평가하는 유일한 방법인가?

 

수업이 적은 교사도. 많은 교사도. 보건 교사도. 담임 교사도. 모두 전쟁터 같은 학교에서 애쓰고 있다. 자신이 맡은 일조차 제대로 하지 않는 교사도 있고. 누구보다 열심히 하는 교사도 있다. 사명감을 갖고 학생들을 대하는 교사도 있고. 일반 회사처럼 출퇴근 도장을 찍는 교사도 있다. 

 

20대를 지나, 30대를 찍고 40대를 넘기며 교사로 살아가다보니. 전에는 볼 수 없고, 느낄 수 없었던 것들을 조금씩 알게 된다. 인생에도 곡선이 있듯이. 교직 생활도 늘 한결같은 직선만 있는 것이 아니라는 사실을. 조금 쉬어가고 싶을 때도 있고. 열정이 생길 때도 있으며. 매일 퇴근을 기다릴 때도 있고. 사명감이 불타오를 때도 있음을. 

 

그러니 우리 교사들은 서로를 곡선으로 바라봐주면 어떨까?

이 선생님은 상승 곡선중이네. 저 선생님은 요즘 하강 곡선중이야. 내가 대신 더 열심히 달려야겠다.

 

오늘부터 나는 하루4000원을 포기하고 B급 교사가 되기로 했다. 4000원 대신 자유를 선택한다. 쉬고, 생각하고, 산책하고, 읽고 쓰고, 학생들과 놀아야지. 내 인생의 리듬에 맞추어 자유롭고 행복하게 학생들과 마주쳐야지.

 

S급을 받기위해 달려가는 교사들을 응원하고, B급 교사를 격려해야지. 그리고 내가 대통령이 되면 성과급 차등 지급을 폐지해야지. 교사로 매일 학교 현장에 출근하는 선생님 모두 소중히 아껴줘야지. 그렇게 꿈꾸고 웃고 행복해야지.

 

오늘도 학교라는 최전선에서 싸우는 모든 선생님을 응원합니다. B급 교사 파이팅!

 

2023년 B등급을 받은 교사가 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