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 아침 9시 조회 시간, 학생들 앞에 선다. 짧은 시간동안 무엇을 해야 할까 늘 고민이다.
보통은 학생들 출석체크 및 인사, 전달 사항을 안내하고 교실을 나간다.
무언가 허전하다.
아침에 학생들과 첫 만남을 의미있게 보낼 수는 없을까?
학생들의 고민과 갈등의 주요 원인 중 하나는 친구 관계이다. 나도 교사지만 인간관계가 가장 어렵다.
문득, 데일카네기의 '인간관계론' 책이 생각났다. 조회 시간에 써먹어 봐야지.
다시 아침 조회 시간이다. 칠판에 아래와 같이 적어보았다.
ㅁㅁ 하거나, ㅁㅁ 하거나, ㅁㅁ 하지 말라.
-데일카네기-
여기서 ㅁㅁ에 들어갈 단어를 찾아보게 하였다. 몇 번 시행착오를 겪더니 금새 정답을 맞혔다.
비판하거나, 비난하거나, 불평하지 말라.
그러나 멀리서 한 학생이 말했다.
"선생님, 불평은 누구나 할 수 있는 거 아닌가요?"
(당황스러운 질문에 얼버무리며) "음... 그렇지, 누구나 할 수 있겠지?"
나는 이어서 말했다.
"우리는 애쓰지 않아도 누군가를 쉽게 비판하고 비난하고 불평할 수 있어요. 반대로 비판하고 싶은 마음을 참는 것. 상대방을 이해하고 용서하려는 것은 큰 의지, 에너지가 필요하지요. 오늘 하루 옆 친구가 마음에 들지 않고 비난하고 싶더라도 꾹 참아보도록 합시다."
아직도 학생들의 질문 앞에서 당황하여 제대로 대답하지 못할 때가 있지만 학생들이 생각하고 질문할 수 있게 만들었다는 것에 감사했다.
아침 조회 시간. 길어야 10분. 하지만 5일이면 50분. 한 달이면 200분이다.
가랑비에 옷 젖는 줄 모르듯. 학생들의 생각과 마음이 조금씩 자라나는 시간이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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